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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to a shadow

땅끝에서는 또다른 시작이

by 고이난 2021. 8. 7.

해남이다. 난생 처음 와보는 동네에서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과 민감한 문제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질문하고 듣는 것이 잘 맞는다. 가만히 듣다보면 사람들의 얼음장 같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려서 더 진솔한 이야기를 듣게된다. 논문은 둘째치더라도,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이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다닌다.

 

전남 목포, 화순, 보성, 고흥, 완도, 해남, 그리고 진도까지.

 

이번에 전남에 내려가면 진도에 어쩌면 가게 되지 않을까 내심 두려우면서 기대되는 마음이 있었다. 용기내어서 진도에 있는 분에게 연락을 드렸다. 그날은 잘 기억을 못하지만, 다행히 반갑게 맞아주셨다. 

 

가서 생각과 마음을 충분히 비우고 와야겠다.

 

 

최근에는 마음의 상태가 조금 더 떨어져 대략 2 이하를 왔다갔다 하지만, 분산 역시 더더욱 내려가고 있다. 변동폭이 적은 마음의 하락이겠다. 빠르게 추락하는 것도 아니지만, 변동폭이 없기에 쉽게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속력을 서서히 줄이는 자동차 안에 있으면 속력이 줄어드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주변 풍경을 보다보면 자연히 속력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앞만 보고 운전해서 그런가. 

 

운전할 때는 당연히 앞만 보아야겠지. 그렇기에 험한 길을 걷고 있느라 긴장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어쨌든 말하고 싶은 것은 너무 포기하는 법만 빠르게 체득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점이다. 나는 많은 것을 바랐기에 그만큼 아팠던 것인가, 하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니까 바라는 것을 자꾸만 내려두려고 한다.

 

이제 불현듯 악몽을 꾸더라도 마음에 동요가 크게 일지 않는 것이다. 그저 내가 슬프구나, 하고 알아차릴 뿐. 

 

이대로 계속 내려두어서 빈 손이 될 때까지 가보는 것이 답인지, 아니면 몇 개 들고 있으면서 현명하게 잘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답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바라는 것을 계속 바라다간 1년 전의 상황과 마찬가지가 될텐데, 하는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이다. 꼭 그걸 다시 겪어봐야 알겠니?

 

 

여태까지의 답은 응, 이었다. 어떻게 순간순간이 똑같으랴. 그 때 그 때 내 마음에 충실해봐야 아는 것이지.

 

 

지금 돌이켜보니 "어떻게 순간순간이 같은가"에 대한 질문은 맞았지만, 그 뒤의 부분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이 어떤지 정확히 알고 행동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마음은 늘 헷갈리고 알기 어렵다. 내 자체도 알기 어려운데, 다른 이가 들어오게 되면.

 

그 자체로 우주가 되는 것이다. 끝도 규칙도 없고 무한히 펼쳐지는 미지의 영역.

 

 

그래서 내가 겪는 "또 다른 이"라는 소행성과의 충돌은 매번 빅뱅을 낳고 그에 따른 소우주들을 열심히 낳는 것이다. 규모와 복잡성의 측면에서 커다란 우주와 쉽게 분간이 되지 않는.

 

 

그래서 마음이 더욱 쉽지 않다. 

 

 

다만 이전과는 무한한 감옥에 갇히지 않는 법을 배웠으니, 나는 아직은 괜찮다. 잊게 된다면 잊는 것이다. 참게 된다면 참는 것이다. 좋은 날도, 슬픈 날도, 살아가기만 한다면. 

 

살아내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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