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hower visit

한 달, "금"주.

by 고이난 2021. 5. 5.

1주일 째 술을 먹지 않았던 때가 있을 때 그것이 참 신기한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한 보상 심리로 종종 다음 날에는 술을 많이 마시곤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날이 1주일 전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하나도 어색하거나 신기하지 않았다. 아예 지금부터 금주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혼자 금주하든 말든 그런걸 다 블로그에 올리냐고 말할 사람이 있겠지만, 블로그를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올린 글들은 대부분 지키려고 하거나 나에게 중요하게 다가오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한 달간 금주를 해보기로 했다.

 

"금"에 따옴표를 붙인 이유는 절주와는 전혀 다르게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예 한 달간 술을 입에 대지 않도록 해보는 것이다. 다행히 내 생일 전에 한 달이 채워지기 때문에 (ㅋㅋ) 그 때는 조금 마실 수 있겠지. 그런데 그 이후에도 술을 아예 안 마시거나 지금보다 더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술을 아예 입에 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최근에 여러번 한 것 같다. 먼저 달리기에 지장이 생긴다. 요즘 규칙적으로 저녁까지 수업이 있는 화요일을 제외한 날들에 최소 2일은 3km 달리기, 나머지 2일은 10,000보 이상 걷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 달리기를 하고 와서도 집까지 먼길을 돌아 걸어오기 때문에 10,000보를 걸으니, 일주일에 4일은 40,000보 이상을 걷는 것이다 (꼭 만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글이 떠오르지만). 그렇게 한지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어간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기로 한 날 전에 술을 마시면 달리기가 너무 힘든 것이다. 굳이 과학적인 이유를 따져가지 않아도 당연히 힘들 이유는 많을 것이다. 달리기를 더욱 잘 하기 위해서, 그래서 금주.

 

두 번째로 전날 술을 마시면 연구에 지장이 생긴다. 최근에 이론과 증거를 가지고 소통하는 것에 명료성clarity과 타당성validity이 정말 중요함을 깨달은 적이 많았다. 박사논문 주제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지도 교수님과 상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태양광 연구로 현장에 계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딱히 나를 챙기는 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연구에 몰두하는 시간을 늘릴 필요는 없지만, 1시간의 인풋을 쏟을 때 전날 술을 마시면 집중력과 생산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다. 뭔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떠나 그냥 뭔가에 집중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금주

 

세 번째는 나를 표현함에 있어 꼭 술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표현할 때도, 남이 나를 표현할 때도- 애주가. 그런데 나를 조금 더 다채로운 것들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금주.

 

네 번째는 동기부여를 위해 읽어본 논문들에서 한 달간 금주의 효과를 읽다보니..... 당연히 여러 좋은 효과가 있겠구나 싶었다. 금주에는 사실 가타부타 별다른 이유가 필요 없을 것이다. 금연처럼. 그러니까 금주.

 

사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금주의 기간이 큰 의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술을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이 오랜만이라, 그 생각을 박아놓고 더욱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이곳에 적는다. 한 달간 금주. 

'shower vis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 오늘만 산다  (3) 2021.05.08
내 wine and dine 어떡하지  (2) 2021.05.07
영화 "소울," 그리고 maple seed  (2) 2021.04.13
마음 정리  (0) 2021.03.26
어마무시한 파도가 훱쓸고 지나간 자리에 쓰러져  (0) 2021.03.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