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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to a shadow

혼자여도 괜찮으면 결국 혼자가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by 고이난 2021. 6. 3.

혼자여도 괜찮아. 나의 2021년 상반기를 지배한 문장이다. 위로의 의미가 아닌 문장의 의미 그대로, 정말 괜찮을 수 있다는 의미. 괜찮을 수 있기 위한 노력들. 

 

5월에는 43km를 뛰고 걸었다. 말 그대로 마라톤을 뛰었다.

 

6월에는 한국을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 첫 시작은 지금까지의 터전을 전부 무너뜨리고 없는 곳으로 만들어버리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것들과 작별해야만 한다고 하지만, 꼭 이런 방식으로만은 하지 않아도 될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늘,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인 것은 조금이나마 혼자여도 괜찮을 수 있는 법을 배운다. 배워나가고 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혼자 있어도 적어도 우울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렇다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것은 아니지만.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과 있을 때 행복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들과 없을 때 힘들다는 것을 알고 종종 담을 쌓곤 했다. 쉽게 없어질 거면 아예 만들지를 않아야지.

 

지금은 없다고 해서 힘들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행복하지는 않다. 그런데 사람들과 멀어지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상황 때문이겠지- 하고 웃어 넘기기에는 억울하고 언짢은 면이 많다. 내가 다가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얼마 전에 통화하면서 내 마음의 에너지가 없구나- 하는 걸 처음 깨달았다는 말을 했다. 정말 마음의 여력이 없다. 에너지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많은 것들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문제될 건 없구나. 처음 깨달았다. 살면서 처음.

 

남을 향한 열정이 나의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나는 지금 혼자다. 혼자가 아니지만 혼자라고 느낀다. 그래도 괜찮다. 앞으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떼어내야 한다. 그렇게 하고 싶다. 그걸 떼어낸 이후에는 사실 내가 혼자가 아니었음을, 그 충만함을 느끼며 매순간 살아갈 수 있겠다.

 

20대 중반의 나의 삶의 모토는 "타인은 나의 지옥이다"였다. 그러나 요근래, 나는 모두에게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나에게도 자유로워짐을 깨닫는다. 무한한 종속도 아닌, 영원한 단절도 아닌, 관계 속의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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