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dies

바다, 초승달

고이난 2021. 7. 20. 14:07

관계를 얼리는 일은 그리 슬프지만은 꼭 않다. 적어도, 그 얼음 속에 가끔 이렇게 예쁜 나비가 담기는 것이다. 

 

 

유독 초승달이 밝은 밤이다. 검푸른색 하늘 위에 작은 스크래치마냥 달은 떠있다. 푸른 저녁보다는 조금은 더 어두운 듯 하다. 그런데 왜 이리 바다는 밝게 빛나는지. 아,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았기 때문인가. 선글라스를 벗어보니 아직 주변은 밝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두운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

 

자갈밭을 뛰어다니는 너를 보는구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기어코 스크래치를 내는 나는 미안하다. 너에게 난 미안하다.

 

그렇기에 결국 이 곡이 남는다.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저 이 곡을 토해내며 헛기침을 하고 웃음지을 뿐이다.

 

그렇기에 결국 이 곡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나는 때로는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그 어떤 일을 하지 않더라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면 하고 소망하고는 한다. 그곳에는 내가 비워둔 자리에 결국 누가 앉지 않아 서러워했던 공간도 있고, 내가 써내려간 수많은 세상에 내지 않은 원고들도 있고, 무식하게 큰 (한 번도 읽지 않은) 레시피 북도 있고, 몇 가지 나무로 된 주방도구도 있다. 와인 병은 없지만 와인 따개는 있을 것이며, 축음기는 없지만 LP판은 있을 것이며, 라이터는 없지만 향초는 있을 것이며, 커피포트는 없지만 갈려다가 만 향긋한 커피콩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행복한, 그래서 행복한 공간이 될 것임에 확신한다.

 

그런 곳에 그저 너 하나와 피아노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