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
걱정이 족히 한 20가지 정도는 된다. 예전에 걱정보다는 슬픔과 고민이 많았는데, 요즘엔 걱정이 더 많아지고 있다. 걱정해봐야 뭔 소용이겠는가 싶지만 걱정의 종류와 크기가 이전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눈에 더 밟힌다. 태양광 연구, 사람 관계, 한국에서의 짧고 아쉬운 일상, 미국에 돌아오면 또다시 적응해야 할 쓸쓸함, 고립감, 박사논문, 자격, 나의 실력, 사랑, 나의 역할, 기후위기, 짜증남?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아예 박사과정 중에 한국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텐데, 그렇다고 귀와 눈을 닫고 살 수는 없다. 그들이 별로 반기지 않더라도왜 자꾸 이런 감옥이 등장할까, 왜 자꾸 이렇게 생각할까, 나만큼은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배워야 한다. 나만큼은.
걱정해봐야 소용없어, 지금에 충실해야지-와 같은 모범적이지만 원론적인 방법 외에 걱정을 잘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 걱정이 어디서 오는지를 잘 관찰하고, 그것이 지금의 일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결국 아하! 지금부터 착착 잘 해나가면 괜찮을거야. 일도 잘 풀리겠지- 와 같은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지금 열심히 잘 해나가면 어느 정도는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 그건 나도 안다. 내가 나에게 가장 듣고 싶은 위안은 잘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말인 것 같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지 않으니, 걱정은 없지 않다. 지난주 일요일에 이어 오늘도 뛰고 오는 날인 만큼, 수업이 끝나면 미친듯이 뛰고 와서 답을 얻기를 바란다. 아니, 늘 답을 구하는 달리기가 아닌 나를 구하는 달리기가 되어야지.